로고

한국 CPO 포럼
회원가입 로그인
  • Let’s Privacy
  • Privacy Column
  • Let’s Privacy

    Privacy Column

    Leader's Opinion

    회원사들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컬럼 으로 구성됩니다.


    비식별 데이터 활성화 더 이상 미룰수 없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윤덕상
    작성일Date 19-12-18 00:00

    본문

    파수닷컴 컨설팅사업본부 윤덕상 전무


    1900년 뉴욕의 5번가 도로에는 말이 수레를 끌고 다니는 마차로 가득 차 있다. 어디선가 낯선 자동차 한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로 위에 나타났다. 그러자 마차에 타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흉물스럽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자동차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운전자를 거의 미친 사람 취급을 한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1913년 뉴욕 5번가 도로는 놀랍게도 영원할 것 같던 마차는 사라지고 자동차들이 온 도로를 점유했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의 이동수단으로 사랑받던 마차가 불과 13년만에 새로운 이동수단인 자동차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렇듯 새로운 것이 생겨나면서 기존의 것이 사라지는 현상을 경제학자인 조셉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새로운 경제이론으로 명명하였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로 대변되는 오늘날의 4차 산업혁명시기에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어 우리의 생활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빅데이터는 앞으로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등 새로운 4차산업혁명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가장 필요한 핵심 원천이자 에너지원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출판사업을 시작한지 2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24권의 책을 출간해 이 중 22권이 아마존 분야별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출판사가 있다. 바로 미국의 신생 출판사 ‘인키트(Inkitt)’의 이야기이다. 베스트셀러 등록률이 무려 91.7%로 일반 출판사들은 상상할 수가 없는 기록이지만 이 회사는 앞으로 99.99%의 기록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 회사의 성공비결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이 해오던 편집자의 역할을 인공지능과 독자에게 맡겨 주관적인 판단을 제거하고 오류를 없앤 것이다.

    인키트는 먼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해 누구나 인키트 플랫폼에 장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스토리를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스토리들은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일반 독자들에게 먼저 공개하여 독자들이 선호하는 장르 선택이나 스토리 추천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스토리를 읽은 후에는 구성, 문체, 문법, 전반적인 느낌 등에 대해 별점을 주어 평가하도록 했다.  이후 인공지능은 해당 스토리를 얼마나, 얼마 동안 읽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몰입 했는지와 재 접속해서 다시 계속 읽었는지 등 독자들의 반응 데이터를 분석해 베스트셀러 가능 여부를 판단하여 최종 출판을 결정한다.

    또 하나의 예로, 인터넷을 통해 다른 미디어사가 만들어놓은 영화, TV등 다양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던 다국적 기업 ‘넷플릭스(Netflix)’는 2013년 경영위기를 맞아 컨텐츠를 자체적으로 제작키로 하고 첫 작품인 ‘House of Cards’라는 정치드라마에 1천억원의 거금을 투자한다. 드라마는 대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까지 3조원 이상의 이익을 거두어 들였다.

    이 회사의 성공 이면에도 무려 2천500만 명의 이용자들의 움직임이 기록된 빅데이터가 있었다. 하루 평균 3천만 건의 동영상 재생기록과 400만 건의 이용자 평가, 300만 건의 검색정보, 위치정보, 단말정보 등이 활용되었으며, 심지어는 주중 및 주말의 시청 행태, 일시정지・되감기 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등의 상세한 정보들까지 모두 데이터 분석 자료로 사용되었고, 여기에 시청률 조사업체인 닐슨(Nielsen), 기타 시장조사업체들이 제공하는 메타데이터, SNS인 페이스북, 트위터로부터 수집한 소셜 데이터까지 더해 최종적으로 시청자들이 ‘정치’드라마와 ‘캐빈 스페이시’가 출연하는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서 보기를 좋아한다는 점을 발견하여 영화를 제작했다.

    이 두 회사가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사업영역에 도전하였음에도 처음부터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데이터’ 덕분이었다. 실시간 고객의 반응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제품과 서비스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은 더 이상 기름이 아니라 이제는 데이터이다.”라고 했듯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 역량이 국가의 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처럼 세상은 데이터에 푹 빠져 있는데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최근 발표한 ‘2018년 세계 디지털경쟁력 순위’ 보고서는 총 63개 대상국 중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 수준을 중간 정도인 31위로, 정부의 규제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술개발 및 활용에 대한 법적 환경’은 부끄럽게도 거의 하위수준인 52위로 평가하였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강력한 법적 규제로 인해 제한되고 있음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규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여러 번의 대형 개인정보유출사고의 후유증으로 기인한 것이겠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을 비롯하여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의료법 등 다양한 개별법들이 철저하게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중심의 정책들은 겉으로 보기에 개인정보보호측면에서 제도적 장치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4차산업혁명시대 새로운 신 산업 추진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들은 대부분인 75%가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 2011, IDC Digital Universe Study)
     
    반면에 데이터 산업을 선도해 가고 있는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에서는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라 하더라도 비식별화를 하면 어떤 용도로든 사용이 가능하며 제3자에게 제공도 가능하다. 최근 발효된 EU의 GDPR 법률에서도 비식별 개인정보는 자유로운 사용이 보장된다. 덕분에 이들 국가에서는 기업들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 활용이 아주 활발하다. 심지어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수천여 종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가공〮판매하는 엑시엄(Acxiom), 오라클(Oracl)과 같은 데이터 중계 사업자까지 등장하여 데이터산업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규제문제를 해결하고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2016년 6월 6개 정부부처 공동으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기업들의 숨통을 틔어주려 하였다. 하지만 내용이 불명확하고 법률적 근거가 부족한 가이드라인이었기에 잘 활용되지 못하였으며, 그나마 가이드라인에 따라 앞장서서 비식별화를 시도했던 20개 기업과 4개의 전문기관들이 2017년 11월에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하면서 국내 데이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었다. 이후 계획되었던 대부분의 사업들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에 나섰던 비식별 전문 회사들 모두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 다행히 지난 3월 22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데 이어 6월 27일 서울고등검찰청이 시민단체의 항고를 기각하여 기업과 기관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또다시 7월 30일 시민단체가 재항고 함으로써 아직도 법정 다툼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나서 정부〮공공기관과 산업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의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집중토론을 하는 해커톤을 추진하였고 지금까지 3차에 걸친 해커톤이 진행되어 데이터 결합 관련한 일부 이슈를 제외하고는 가명정보의 활용과 보호, 익명처리의 절차와 기준, 데이터 결합, 개인정보 보호체계 통합 등 대부분의 쟁점항목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놓은 상태이다. 여야3당 지도부에서도 이에 호응하여 개인정보활용에 동의하는 새로운 개정법률안을 추진키로 합의하였다.

    작년(2018년) 8월 31일에는 대통령이 직접 산업현장을 방문하여 데이터 사업추진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데이터 산업의 여러가지 사례를 직접 둘러보는 “데이터경제활성화 및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를 진행하였으며, 대통령이 직접 데이터 산업을 위한 규제혁신과 산업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때 필자도 “안전한 데이터 활용방안”이라는 주제로 대통령에게 비식별 시장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발표한 장본이기도 하다. 이를 계기로 연말에는 여야 국회의원 몇몇에 의해 이른바 “데이터 경제3법”이 국회에 발의되었고,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정보 데이터 활용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높아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기업과 행정부의 이러한 노력과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후 국회의 상황을 보면 암울하기만 하다. 지난해 연말 이후 금년 여름까지 데이터 경제3법에 대한 국회 논의가 여러가지 정치적 이슈로 단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나마 지난 9월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잠시 논의가 있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였고, 10월 정무위 역시 신정법 개정안에 대한 이견으로 법안심사를 뒤로 미루어 놓은 상태이다. 이제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개정 법률 논의 조차도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니 이러다가 우리나라의 데이터 산업이 올 스톱 되어 있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더더욱 우려가 된다.

    우리 모두는 4차산업혁명이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라고 외친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하루에도 여러 곳에서 관련된 강연과 세미나가 열린다. 수많은 도전자들이 데이터에서 기회를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눈앞에 아무리 큰 황금이 있어도 손발을 움직일 수 없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할 것이다. 하루빨리 법안으로 꽁꽁 묶여 있는 기업들의 손발을 풀어 주어야 기업들이 뭐를 하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쟁자는 벌써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달려가 있는데 우리는 지금 발걸음 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더 이상 지체하고 기다릴 시간이 없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정부와 국회가 함께 노력하여 데이터 3법 개정을 이루어 줄 것을 당부한다.